어차피 일반냉장고나 김치냉장고나 차갑게 보관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왜 김치냉장고가 더 맛있게 보관될까? 김치는 온도 변화에 따라 숙성이 빠르게 진행되거나 상해버리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김치냉장고가 식재료를 꺼내기도 불편하고 용량도 적고 가격이 비싼 이유는 모두 정온 유지를 유함이다.
김치냉장고는 김장독의 원리와 유사한 직접 냉각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직접 냉각 방식은 벽면에 냉각 파이프가 있어 냉기를 바로 전달하고 저장실 자체가 냉각되는 방식이라 냉기 흐름이 빠르지 않아 한번 차가워지면 오랫동안 냉기와 습도를 유지한다. 반면 일반 냉장고는 대부분 간접 냉각 방식이라 냉각 팬을 통해 차가운 공기를 저장실에 순환시키면서 온도를 빠르게 냉각시켜주는 방식이다. 팬을 통해 간접적으로 냉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직접 냉각 방식에 비해 냉기를 유지하는 정온 성능이 부족하며 팬에 의해 식재료가 건조해지기도 쉬워 김치 보관에는 불리하다.
김치냉장고는 냉기 보존에 유리한 뚜껑형 또는 서랍식 개폐 방식을 사용한다.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라앉고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을 이용해 문을 열더라도 냉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구조화해서 뚜껑이나 서랍을 열더라도 내부의 차가운 공기가 가라앉아 있어 저장실의 온도 변화가 적다. 허나 일반냉장고는 도어 형태의 개폐방식이라 김치를 보관하거나 꺼낼 때 냉기의 손실이 큰 편이다. 김치냉장고는 온도 편차를 0.3℃ 이내로 맞추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다. 뛰어난 정온성을 구현하기 위해 냉각기를 두배 이상 장착하는 등 냉각회로의 설계도 복잡하고 성에 제거를 위한 히터, 미세한 온도 변화 감지와 제어를 위한 시스템, 칸칸이 구분시켜 두터운 내벽, 냉기 보존을 위한 추가 설비까지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원가 자체가 높아 일반 냉장고보다 가격대가 비싸다.
대량 김장을 많이 하지 않는 요즘 추세에 맞춰 김치냉장고 제조사에서도 '김치보관' 보다는 '세컨냉장고' 개념으로 김치냉장고를 제작하고 있다. 뿌리채소나 열대과일, 쌀이나 장류를 맛있고 안전하게 보관하기 좋은 용도로 김치냉장고 구매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